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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인물

정약용은 왜 『목민심서』를 부임부터 해관까지 배열했을까: 책의 구조로 읽는 수령의 책임

by 인물로 읽는 한국사 2026. 6. 3.

 『목민심서』의 첫 번째 편은 수령이 임지에 도착한 뒤 처리할 세금이나 재판이 아니다. 수령으로 임명돼 길을 떠나고 관아에 들어가는 과정을 다룬 부임이다. 마지막 편도 조세·군사·형벌과 같은 행정 업무가 아니다. 임기가 끝난 수령이 관직에서 물러나는 과정을 다룬 해관이다. 정약용은 이 두 편 사이에 자신을 다스리는 율기, 공적인 명령을 수행하는 봉공, 백성을 돌보는 애민을 놓았다. 그다음에는 인사·재정·의례·군사·사법·토목에 해당하는 여섯 편을 배치했고, 흉년과 재난에 대응하는 진황을 별도로 다뤘다. 이 목차는 수령이 평소에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만 설명하지 않는다. 한 사람이 관직을 받는 순간부터 그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무엇을 경계하고 어떤 일을 책임져야 하는지를 순서대로 보여준다. 나는 『목민심서』의 특징을 청렴한 관리가 되라는 교훈에만 두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 글에서는 정약용이 직접 밝힌 문장만을 설명하기보다, 책의 전체 배열을 통해 수령의 책임이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디까지 이어지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다만 이는 『목민심서』의 구성을 바탕으로 한 나의 해석이며, 정약용이 자신의 저술 목적을 이 글과 똑같은 표현으로 규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12편 72조에 담긴 지방관의 임기

정약용은 강진 유배 시기에 『목민심서』를 집필해 1818년에 완성했다. 책은 48권 16책으로 이루어졌으며, 전체 내용은 12편 72조로 나뉜다. 각 편에 여섯 개의 조항이 배치된 구조다. 12편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이어진다. 부임은 임명과 출발, 관아에 도착해 업무를 시작하는 과정을 다룬다. 율기는 수령이 자신의 몸가짐과 욕심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봉공은 국가의 법과 명령을 지방에서 수행하는 책임을 다루고, 애민은 노인·어린이·빈민·환자와 재난을 당한 사람을 보호하는 문제를 다룬다. 이후 이전·호전·예전·병전·형전·공전이 이어진다. 이 여섯 편은 조선의 법전에서 사용한 육전 체계를 바탕으로 지방 행정의 주요 업무를 나눈 것이다. 마지막에는 흉년과 재난에 대응하는 진황, 관직을 떠나는 과정을 정리한 해관이 배치된다. 따라서 『목민심서』는 청렴에 관한 몇 가지 격언을 모아 놓은 책이 아니다. 정약용은 여러 역사서와 법전, 기존의 목민서뿐 아니라 자신이 관료와 암행어사로 일하며 얻은 경험, 유배지에서 접한 지방사회의 현실까지 활용해 수령이 담당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정리했다.

 

실제 행정보다 부임이 먼저 놓인 이유

수령의 행정은 관아에 앉아 명령을 내리는 순간에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었다. 어떤 태도로 임명을 받아들이고, 무엇을 준비해 임지로 가며, 관아에 도착해 업무를 인계받는지도 이후의 통치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 『목민심서』의 부임편은 제배·치장·사조·계행·상관·이사의 여섯 조로 구성된다. 임명받는 일부터 행장을 준비하고 조정을 떠나 임지로 가는 과정, 관아에 들어가 실제 업무를 시작하는 단계가 순서대로 배치돼 있다. 이러한 구성을 보면 정약용은 수령의 책임을 관아에 도착한 뒤의 성과만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읽을 수 있다. 수령이 어떤 방식으로 관직을 시작하는지도 목민의 일부였다. 부임을 단순한 이동 절차로 처리했다면 책은 이전이나 호전처럼 구체적인 행정 업무에서 시작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정약용은 수령이 권한을 행사하기 전부터 지켜야 할 절차와 태도를 별도의 첫 편으로 만들었다. 수령에게 책임이 생기는 시점을 실제 명령을 내리는 날보다 앞에 놓은 셈이다.

 

율기·봉공·애민은 왜 육전보다 앞에 있을까

부임 다음에는 율기·봉공·애민이 이어진다. 인사와 세금, 군사와 재판 같은 실무보다 먼저 수령 자신과 공적 의무, 백성을 대하는 자세를 다룬 것이다. 율기에는 몸가짐을 바로잡고 청렴을 지키며 가정과 주변 사람을 단속하고 지출을 절제하는 문제가 포함돼 있다. 수령 개인의 욕심과 생활 방식이 관아의 운영과 분리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봉공은 국가의 법을 지키고 공무를 수행하며 보고와 공납 등의 업무를 처리하는 원칙을 다룬다. 수령은 한 고을에서 큰 권한을 행사했지만, 그 권한은 개인적으로 얻은 것이 아니라 중앙정부의 법과 명령을 지방에서 집행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었다. 애민은 노인과 어린이, 가난한 사람과 병든 사람, 재난을 겪은 사람을 보호하는 문제를 다룬다. 이는 백성을 아끼라는 추상적인 말에 그치지 않고, 수령이 특별히 살펴야 할 사람과 상황을 구체적인 항목으로 나눈 것이다. 이 세 편이 육전보다 앞에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행정 기술만 뛰어나더라도 수령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거나 법을 무시하고 백성의 피해를 외면한다면 좋은 통치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를 오늘날의 공직 윤리와 완전히 같은 개념으로 바꿔 이해해서는 안 된다. 정약용이 생각한 수령은 근대 민주주의 국가의 선출직 공직자가 아니라 유교적 정치질서 안에서 백성을 다스리고 보호하는 지방관이었다.

 

여섯 편에 펼쳐진 한 고을의 업무

이전부터 공전까지의 여섯 편은 한 고을에서 수령이 담당해야 했던 업무의 범위를 보여준다. 이전에서는 아전과 관속을 통솔하고 적합한 사람을 임용하며 업무 성과를 살피는 문제를 다룬다. 호전에서는 토지와 세금, 곡물 장부, 호적과 농업을 다룬다. 예전에는 제사·교육·학교와 지역사회의 질서를 정리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 병전은 군역 대상의 파악과 군사훈련, 무기 정비와 외적 대응을 다룬다. 형전은 송사와 재판, 형벌과 죄수의 관리, 백성을 괴롭히는 세력에 대한 대응을 설명한다. 공전에는 산림과 하천, 관아·성곽·도로의 관리와 각종 공사가 포함된다. 이를 한꺼번에 보면 조선의 수령이 담당한 권한이 얼마나 넓었는지 알 수 있다. 수령은 세금을 거두는 관리이면서 지역의 인사 책임자였고, 교육·군사·사법·재난 대응·토목 행정을 함께 맡았다. 한 사람에게 이렇게 넓은 권한이 집중된 만큼 수령 개인의 능력과 태도는 백성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었다. 정약용이 수령의 청렴과 절제를 먼저 강조한 이유도 이러한 권한의 범위와 분리해 보기 어렵다. 『목민심서』가 수령의 마음가짐과 실제 행정 업무를 한 책 안에 함께 배치한 것은, 조선의 지방 통치에서 개인의 태도와 제도의 집행이 서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진황을 별도의 편으로 둔 까닭

육전이 끝난 뒤에는 진황이 등장한다. 진황은 흉년이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 필요한 물자를 마련하고, 구휼을 시행하며, 사업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다룬다. 재난 대응은 호전의 곡물 관리나 애민의 구재 항목 안에 포함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정약용은 이를 별도의 한 편으로 구성했다. 이 배열에서 재난은 평소 행정에서 벗어난 우연한 사건이라기보다 수령이 반드시 대비해야 할 독립적인 책임으로 읽힌다. 수령의 능력은 세금과 장부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때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었다. 흉년과 재난으로 기존 질서가 흔들렸을 때 누구를 먼저 보호하고, 물자를 어떻게 마련하며, 구휼을 어떻게 시행하는지도 지방 통치의 핵심이었다. 정약용이 진황을 육전 뒤에 따로 배치한 정확한 의도를 한 문장으로 확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책의 구성에서는 재난 구호가 부수적인 덕목이 아니라 수령이 별도로 익혀야 할 업무 영역으로 제시돼 있다.

 

관직을 떠나는 과정까지 기록한 해관

『목민심서』의 마지막 편은 해관이다. 해관은 임기가 끝나 수령이 교체되고 관직에서 떠나는 과정을 다룬다. 수령이 관아를 떠난다면 더 이상 그 고을의 명령권을 행사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해관은 행정의 종료를 의미한다. 그러나 정약용은 이를 책 밖으로 밀어내지 않고 목민의 마지막 단계에 포함했다. 이 배치는 수령의 책임이 재임 중의 눈에 보이는 성과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게 한다. 관직에서 물러나는 과정이 혼란스럽다면 업무의 연속성이 끊어질 수 있고, 수령이 떠난 뒤 남는 평판 역시 재임 기간의 행정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나는 여기에서 『목민심서』의 처음과 끝이 서로 연결된다고 본다. 부임은 수령이 권한을 받아들이는 과정이고, 해관은 그 권한을 내려놓는 과정이다. 정약용은 두 순간을 모두 수령의 책임 안에 넣었다.

 

『목민심서』를 현대적인 행정 매뉴얼로만 읽어도 될까

『목민심서』에는 오늘날에도 참고할 수 있는 청렴, 절제, 공정한 세금, 신중한 재판, 재난 구호와 같은 내용이 많다. 그래서 현대 공직자의 자세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된다. 하지만 이 책을 오늘날의 행정 매뉴얼과 완전히 같은 책으로 설명하면 시대적 차이가 사라진다. 정약용은 백성의 고통을 줄이고 지방관의 횡포를 막으려 했다. 동시에 그의 구상은 국왕과 관료가 백성을 다스리는 유교적 정치질서 안에 있었다. 『목민심서』의 기본 구도에서 백성은 정치적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주체라기보다, 수령이 보호하고 돌보아야 할 대상으로 주로 서술된다. 따라서 『목민심서』의 애민을 현대적인 시민주권이나 정치적 평등과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정약용의 사상이 당시 지방행정의 폐단을 비판하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사실과, 그 대안이 전근대적 통치질서 안에 있었다는 사실을 함께 봐야 한다.

 

책의 배열에서 읽은 수령의 책임

나는 『목민심서』의 가장 흥미로운 특징이 좋은 관리의 성품을 칭찬한 데만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약용은 수령이 임명되는 순간부터 관직을 떠나는 순간까지를 12편 72조 안에 넣었다. 권한을 행사하기 전에는 자신을 다스리고 공적인 의무와 백성을 대하는 태도를 점검하게 했다. 재임 중에는 인사·재정·교육·군사·사법·토목을 빠짐없이 살피게 했고, 재난이 닥쳤을 때의 대응도 별도의 책임으로 두었다. 마지막에는 관직을 내려놓는 과정까지 기록했다. 이 순서를 따라가면 수령의 자리는 개인이 한때 차지하는 명예라기보다 시작과 끝이 정해진 공적 책임으로 보인다. 수령에게 넓은 권한이 주어졌기 때문에, 그 권한을 얻는 과정과 사용하는 방식뿐 아니라 내려놓는 순간까지도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이것은 『목민심서』에 관한 학계의 단일한 정설을 소개한 결론이 아니다. 책의 전체 구성과 각 편의 역할을 따라가며 내가 내린 해석이다. 정약용이 수령에게 요구한 것은 백성을 사랑한다는 마음만이 아니었다. 그 마음이 부임, 자기 절제, 공무 수행, 행정 실무, 재난 대응과 관직의 마무리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했다. 『목민심서』는 좋은 뜻을 가진 관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큰 권한을 맡은 사람이 그 자리의 처음과 끝을 어떻게 책임져야 하는지를 묻는 책으로도 읽을 수 있다.

 

[참고]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목민심서」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 「목민심서」

-정약용, 『목민심서』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정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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